더 글로리(THE GLORY)를 보고
너 지금 불이 무섭지?라고 말하던 동은의 엄마
그저 상대를 쥐고 흔들기 위한 생각밖에 없는 희번득함은
진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.
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둘 다 죽어보자며 박수를 치는,
그런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는 동은이가
나약해지는 바람에 섣불리 잘못했다고 빌까
순간 불안했다.
하지만
'고마워 엄마 하나도 안 변해서'라는 말을 할 때
슬프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.
날 자꾸 아프게 만드는 누군가에게 이제 더이상 실낱같은 희망도 없음을
아는 것 같아서 말이다.
동은의 인생에 정말 앞으로는 엄마가 없겠지만,
적어도 동은은 단념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만큼의 단단함이
대신 자리잡지 않았을까?
그리고 연진,
남편에게 예솔이(딸) 친부가 아님을 들통났을 때
시어머니가 진실을 알고 골프채를 휘두를 때
딸이 자신은 더이상 영광스럽지 않다고 할 때
단 한 순간도 잘못했다고 말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.
궁지에 몰릴 때마다 서서히 가라앉는 검은 눈동자가
초점없는 눈으로 서슴없이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 모습이
연진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.
바닥이 드러나도 바닥인 줄 모르는,
결국 배운게 없어서 반성할 타이밍인 줄 조차 모르던 사람
그리고 그 모든 기회를 제 발로 벗어던진 그는
엄마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걸
스스로 깨닫고 있을까?
아직도 억울해하기만 하며 그 긴 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을까?
가상의 인물이지만 무엇부터 잘못됐는지
물어보고 싶은 사람이다.
특히 인상깊었던 기상캐스터 다굴 교도소 신,
진짜 ㅋㅋㅋㅋㅋㅋ본인이 하던 학폭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되지만
비슷한 류의 수치심을 느끼던 표정이
내 기준 가장 통쾌함을 선사했던 것 같다.
그렇게 살아남겨 정말 동은의 말대로
단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홀로 남겨진 연진,
정말 당신이 잘못한 지 이제는 알고 있나요?
그 어딘가 살아가고 있을 연진들에게 짧은 감상을 남겨본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