review

더 글로리(THE GLORY)를 보고

말마따나 2023. 3. 18. 15:07

너 지금 불이 무섭지?라고 말하던 동은의 엄마

그저 상대를 쥐고 흔들기 위한 생각밖에 없는 희번득함은

진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.

 

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둘 다 죽어보자며 박수를 치는,

그런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는 동은이가

나약해지는 바람에 섣불리 잘못했다고 빌까

순간 불안했다.

 

하지만

'고마워 엄마 하나도 안 변해서'라는 말을 할 때

슬프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.

날 자꾸 아프게 만드는 누군가에게 이제 더이상 실낱같은 희망도 없음을

아는 것 같아서 말이다.

동은의 인생에 정말 앞으로는 엄마가 없겠지만,

적어도 동은은 단념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만큼의 단단함이 

대신 자리잡지 않았을까? 

 

 

그리고 연진,

남편에게 예솔이(딸) 친부가 아님을 들통났을 때

시어머니가 진실을 알고 골프채를 휘두를 때

딸이 자신은 더이상 영광스럽지 않다고 할 때

단 한 순간도 잘못했다고 말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.

궁지에 몰릴 때마다 서서히 가라앉는 검은 눈동자가

초점없는 눈으로 서슴없이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 모습이

연진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.

바닥이 드러나도 바닥인 줄 모르는,

결국 배운게 없어서 반성할 타이밍인 줄 조차 모르던 사람

그리고 그 모든 기회를 제 발로 벗어던진 그는

 

엄마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걸

스스로 깨닫고 있을까?

아직도 억울해하기만 하며 그 긴 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을까?

가상의 인물이지만 무엇부터 잘못됐는지

물어보고 싶은 사람이다.

 

특히 인상깊었던 기상캐스터 다굴 교도소 신,

진짜 ㅋㅋㅋㅋㅋㅋ본인이 하던 학폭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되지만

비슷한 류의 수치심을 느끼던 표정이

내 기준 가장 통쾌함을 선사했던 것 같다.

 

그렇게 살아남겨 정말 동은의 말대로

단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홀로 남겨진 연진,

정말 당신이 잘못한 지 이제는 알고 있나요?

 

그 어딘가 살아가고 있을 연진들에게 짧은 감상을 남겨본다